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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두 째날, 토요일 아침. 홈스테이 집 주인 가족들은 모두 일찍 나가서 집 안이 조용하다. 2층에 일본과 대만 친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날씨는 햇살이 쨍쨍한 것이 아주 좋았다. 전날에 이미 시내로 나가보기로 작정한 날인지라, 날씨가 맑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시내로 나갈려면 버스를 타야하는데, 집 앞에서 서는 24번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온다. 주말이라서 그렇단다. 앞으로 5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집이 비어있는 김에 집안 사진을 찍어보았다. 좌측에 작은 문으로 통하는 방이 내가 머물렀던 방. 그 옆의 피아노는 일본 학생과 이집 큰아들이 가끔 치고... 우측에는 따사한 햇살을 받으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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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다. 우측의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전면의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서 그냥 마신다. 학교에 가면 자판기에서 생수도 팔고, 연구실에는 정수기도 있지만, 이 집은 그냥 수돗물 마신다. 뭐, 특히 맛이 이상하거나 그러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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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고, 인터넷도 좀 하다보니까 금방 10시 40분이 다 되었다. 시내 지도도 챙기고, 카메라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과연 40분이 되니 버스가 나타났다. 아직 버스 카드가 없기 때문에 현금 $2.50 을 내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앞문으로 타서 기사한테 돈을 지불하면, 영수증을 준다. 그 영수증이 있으면 2시간 이내에 다른 버스를 타는 것이 공짜다.
버스 안에 검정 머리 승객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래서인지 딱히 이국적인 느낌은 덜 한 편이다. 버스 운전 솜씨도 그다지 이국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살짝 거칠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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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익스체인지라고 하는 일종의 버스 터미널이다. 대부분의 시내 버스가 이곳을 관통하기 때문에, 다른 버스로 갈아타기 수월한 곳이다. 이 곳에서 버스 카드(메트로 카드라고 부른다)를 살 수 있다. 사진 좌측 카운터에서 카드를 팔고 있고, 중앙에서는 버스 노선 안내서를 가져갈 수 있다. 좀 황량한 느낌도 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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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내로 들어섰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중심가중 하나다. 대부분의 건물이 낮은 건물인 것이 이색적이다. 높은 건물을 잘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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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안내 지도를 보니 대성당 광장(cathedral square)이 커 보이길래 그 곳으로 우선 걸어가려고 했다. 교차로 신호등에서 이뻐보이는 건물을 하나 찍어보았다. 길이 90도로 꺽인 것이 아니라 예각으로 되어있다.
이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들었다. 사진에서 왼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향해버렸다. 몇 블럭을 가고 나서 아무래도 이상해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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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건물을 다시 지나쳐 작은 광장 비슷한 곳이 나왔다. 한 건물의 간판 위에 갈매기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고픈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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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광장으로 가지 않고, 좀 돌아다녔다. 우선 KFC를 발견했었고, 버거킹, 맥도날드도 발견했다. 그 건물들을 돌아다니다보니 큰 쇼핑 거리에 크리스마스 풍의 장식을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소녀와 늑대의 이야기... 뭔가 잔인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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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길을 헤메면서 느낀 것인데, 이 도시에는 책방이 참 많다. 오래된 서점도 있고, 큰 서점, 작은 서점 등등 많은 책 가게를 볼 수 있었다. 책 값도 비싼 동네에서 무슨 서점이 그리도 많은지... 여기가 내가 본 서점 중에서는 가장 큰 서점이었다. 좀 더 들어가면 문구류도 팔고 있다. 왠만한 스프링 노트 한 권에 만원이 넘는다. 한국에서 3~4천원이면 살 것 같은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