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로 '약속은 깨라고 있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하자면 평화는 부셔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려니, 절대로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키기위해 만드는 것이 약속이라는 것이고, 일종의 계약인 셈이다.

나는 항상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누구하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나는 좀 심하게 노력하는 편이다. 가끔은 너무 심해서 약속 자체의 의미보다 약속을 지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는 편이다. (이건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

시간 약속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볼련다. 시간 약속에 대한 통념 중에 하나는 가까이 사는 사람이 더 늦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말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20분이 걸리는 나로써는, 학교에서 약속이 있으면 거의 정시에 학교에 도착하는 편이다. 기다리는 지하철이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80분이라는 시간이 그 시간까지 감안한 시간인지라 왠만해서 늦는 적은 없다. 가끔은 이런 저런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조금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봐야 10분 정도 늦을 것 같은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는 편이다. 오히려 내가 늦을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해놓고도, 운좋게 지하철이 빨리 도착해서 정시에 도착하고 상대방을 기다리는 적도 많았다. 그럴 때면, 약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면서도 상대방을 기다리지 않게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약속에 대한 강박관념같은 마인드때문에 곤란한 적도 많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흔히 하는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꺼야' 같은 말도, 정말 내가 지킬 수 있을 것인가하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니 너무나 각박한 사람이 되어버린게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약속에 민감하다보니 약속을 지키지 않는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럽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되는데, 그게 좀 강도가 쎈 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나 자신에 대한 약속에는 그다지 철저하지 못한 편인지라, 나 자신의 발전에는 그다지 유익한 버릇은 아닌 듯 싶다. 예를 들어, 오늘까지 무슨 무슨 공부를 마친다던가 프로그램 작성을 끝내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두어도, 밤까지 미뤄두다가, 그리고는 밤에 잠깐 깔짝이다가, 결국에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면 내일은 뭘해야하나?' 라는 격언을 떠올리면서 미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그것이 타인의 행복을 빼앗는 짓은 아니라는 점에서 용인하는 듯 하다.

가장 흔한 거짓말같은 약속이 아마 '언제 밥이라도 같이 먹어요' 라고 했던가? 기약이 없는 약속이니까 당장 지키지 않아도 될만한 말이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고, 시간과 여유가 허락한다면 지켜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기약없는 약속을 했던 사람과 잘 알게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약속은 결코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인장을 찍어 만들어놓은 계약은 아니겠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깨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는 항상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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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k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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